대중교통 마스크 의무해제(+ 마스크 착용 의무 시설은?)
이제 버스와 지하철, 택시 등 대중교통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됩니다. 2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대중교통과 마트·역사 내 약국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습니다. 대중교통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어진 것은 중앙정부 차원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생긴 2020년 10월 이후 약 2년 5개월 만입니다.
이제 법적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가 부과되는 대상은 의료기관과 감염취약시설입니다. 다만 20일부터 마트·역사 등 대형시설 안의 개방형 약국에 대해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를 추가로 해제합니다.
정부는 앞서 지난 1월 대중교통과 의료기관 등 감염취약시설을 제외한 대부분 실내 공간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없앴는데, 그 이후에도 코로나19 유행 감소세가 지속되자 대중교통에서도 마스크를 자율적으로 쓰거나 벗도록 방역 규제를 완화했습니다.
지난해 5월과 9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올해 1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이후에도 상당수 국민들이 자율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있는 만큼 마스크 규제를 더 완화하더라도 급격한 확진자 증가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실내에서 마스크를 계속 착용할 것"이라는 응답이 70%가량으로 나타난 것도 이같은 결정의 배경이 됐습니다.
이날부터는 대중교통뿐 아니라 마트·역사 등 대형시설 내에 있는 개방형 약국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집니다. 이미 마트 등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진 상황에서 벽이나 칸막이가 없어 공간 구분이 되지 않는 구내 약국에서만 마스크를 쓰도록 한 것은 과학적이지 않다는 일각의 지적이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특히 이러한 개방형 약국은 처방전 조제보다는 일반 의약품 판매가 주를 이루고, 확진자나 감염 취약자의 출입이 일반 약국보다 적다는 점도 고려됐습니다.
다만 방역 당국은 마스크 착용이 호흡기 감염병을 막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출퇴근 시간대 등 혼잡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강하게 권고했습니다. 일반 약국은 의료기관 이용 후 바로 찾는 경우가 많아 코로나19 확진자나 의심 증상자, 고위험군이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착용 의무를 유지했습니다.
또 병원 등 의료기관과 일반 약국, 요양병원·장기요양기관, 정신건강증진시설, 입소형 장애인복지시설 등 감염취약시설의 경우 마스크 자율화의 이점보다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노출에 따른 위험이 더 크기 때문에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합니다. 정부는 남은 마스크 착용 의무와 확진자 7일 격리 조정 등을 포함한 일상회복 로드맵을 검토해 이달 말 발표할 계획입니다.
한편,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고령자이거나 3밀(밀폐·밀집·밀접) 환경이라면 마스크를 쓰는 게 안전하다”면서도 “엘리베이터 같은 공간이라도 대화를 자제하면 마스크를 안 써도 감염 위험이 줄어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고령자 백신 접종과 팍스로비드 등 먹는 치료제 처방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스크 없는 일상’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는 취지입니다. 최근 60대 이상 동절기 추가 접종률은 대상자 대비 35% 정도에 그쳤고 60세 이상 먹는 치료제 처방률은 작년 10월 30.2%에서 지난달 37.8%로 소폭 상승했습니다.
최근 독일·스페인·싱가포르도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습니다. 그리스·말레이시아·대만·필리핀·호주 정도가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를 유지하고 있을 뿐 전 세계 대부분이 마스크와 결별하고 있습니다. 국내 코로나 관련 규제 중 남은 건 이제 의료 기관 마스크 착용과 확진자 7일 의무 격리 등 두 가지뿐. 정부는 4월 말∼5월 초 예정된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위원회에서 코로나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해제하면 우리 역시 ‘마지막 규제’를 어떻게 할지 검토한다는 방침입니다.
전문가들이 제한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건 마스크가 코로나 전파 주범인 비말 확산을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미 플로리다 애틀랜틱대 실험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기침하면 비말이 2m 이상 곧장 날아가는 반면, 마스크를 쓰면 기침한 사람 얼굴 주변에서 비말이 적게 퍼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타인 보호를 위해서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미국치과협회(ADA) 연구를 보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역시 마스크를 안 쓴 코로나 감염자와 접촉하면 감염 확률은 90%에 달합니다. 하지만 마스크를 썼다면 감염자가 마스크를 안 썼어도 감염 확률이 70%로 줄어들고, 감염자가 마스크를 썼다면 그 확률이 5%까지 낮아집니다. 둘 다 쓰면 1.5%에 그칩니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붐비는 쇼핑몰이나 환기가 잘 안 되는 공용 화장실 등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며 “고령자가 감염되면 위험할 수 있는 장소·모임 등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70~80대라면 백신 접종을 여러 차례 받았더라도 대중교통이나 밀폐된 장소에서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고 했습니다. 그는 “작년 여름 0.04%까지 낮아졌던 코로나 치명률이 올 들어 한때 다시 0.13%까지 올라 3배가량으로 높아지고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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