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손자 전우원 5·18 피해자 만난 뒤 민주묘지 참배(+ 출국금지 조치)

전두환 손자 전우원 5·18 피해자 만난 뒤 민주묘지 참배(+ 출국금지 조치)

"광주 시민이 이 나라의 진정한 영웅입니다. 이제야 와 죄송할 뿐 입니다."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고(故)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27)씨가 전씨 일가 중 처음으로 나서 5·18민주묘지를 찾아 오월 영령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검은 양복을 입은 전두환 손자 전우원은 참배 내내 고개를 푹 숙인 채 두 손을 모으고 굳은 표정으로 참배에 임했습니다. 참배 과정엔 희생자 유족도 함께했습니다.

 

 

 

민주의 문 앞에 선 그는 '님을 위한 행진 곡'노래를 들으며 묘역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뗐습니다. 헌화·분향에 앞서 그는 '전우원'이름 석 자가 적힌 흰 국화 바구니를 제단에 바쳤습니다. 분향한 전씨는 두 손을 꼭 맞잡은 채 오월영령을 기리는 묵념을 했습니다.
 
전두환 손자 전우원씨는 김범태 5·18묘지 소장의 안내에 따라 5·18최초 사망자인 고 김경철 열사의 묘역으로 향했습니다. "5·18당시 제일 먼저 희생된 농아 분"이라는 설명을 들은 전씨는 자신의 장코트를 벗어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고 김경철 열사의 묘비를 닦았습니다.

 

전씨는 초등학교 4학년 당시 희생된 고 전재수 군의 묘역으로 향했습니다. 참배엔 희생자의 형 전재룡(62)씨도 함께했습니다. 유족은 "이렇게라도 와줘 참 고맙다"며 동생의 영정을 닦는 전씨를 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흰 소복을 입은 고 문재학 열사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의 묘역도 참배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노모는 자신의 아들 묘역에 무릎을 꿇은 전씨를 향해 "너희 할아버지가 내 아들을 죽였다"며 한 맺힌 울음을 토해냈습니다. 아래를 향하고 있던 전씨의 두 눈동자는 순간 흔들렸지만 그는 더 힘주어 자신의 옷으로 묘비를 닦아냈습니다.

 

 

 

그는 참배 내내 소장의 안내에 짧게 "네" 정도로만 대답할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참배한 모든 열사의 묘역에 무릎을 꿇고 자신의 코트로 묵묵히 묘비를 닦았습니다. 참배를 마친 그의 무릎과 코트엔 풀과 흙 먼지 자국이 선명히 남았습니다.

 

전씨는 시신을 찾지 못한 행방불명자의 묘역 무명열사, 고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 묘역도 들러 참배했습니다. 유족과 시민들은 참배한 전씨를 향해 대해 따뜻한 응원과 포옹을 건넸습니다. 고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는 민주의 문 앞에서 참배를 마친 전씨를 향해 두 팔을 벌려 안았습니다.

일부 시민들은 참배하는 전씨를 향해 "전우원씨 힘내세요!", "광주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면서 응원하기도 했습니다. 한 시민은 눈시울을 붉히며 참배를 마치고 이동하는 전씨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전씨는 "광주 시민 모두 이 나라의 영웅"이라며 거듭 사죄와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전두환 손자 전우원씨는 "너무 늦게 와 죄송하다"며 "이렇게 와 보니 제 죄가 뚜렷하게 보이고 죄송한 마음뿐이다"고 밝혔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묘비를 닦았냐는 질문에 "제가 입었던 옷 따위를 사용해서 닦아드리지 않고 더 좋은 것을 이용해 사용해 닦아 드리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광주시민 모든 분들이 진짜 이 나라의 영웅이다"며 "넓고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주셔서 감사하다. 죄가 용서될 수 없다는 것도 알지만 감사하다"고 참배 소감을 전했습니다. 전씨는 이날 참배 전 민주의 문 방명록에 '저라는 어둠을 빛으로 밝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아버지는 여기에 묻혀 계신 모든 분들이십니다'고 적었습니다.

 

 

 

한편, 경찰이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27)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했습니다. 전 씨가 귀국한 지 사흘 만입니다.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법무부에 요청해 이날 전 씨를 출국금지 조치했습니다.

전 씨는 지난 28일 오전 미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고, 경찰은 전 씨를 공항에서 체포해 약 38시간 조사하고 이튿날 오후 늦게 석방됐습니다. 경찰은 전 씨가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하고 자진 귀국한 점 등을 고려해 불구속 수사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전 씨의 출국을 막기 위해 이같은 조치를 했습니다.

 

수사팀 관계자는 "모발 검사 등은 기간이 두 달 이상 걸리기 때문에 수사가 길어질 것"이라며 "필요하면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범죄 수사를 위해 출국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될 때 1개월 이내 기간 출국을 금지할 수 있습니다. 출국금지는 통상 1개월씩 연장합니다.

경찰은 전 씨의 모발 등을 채취해 체포 당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습니다. 마약 간이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이 나옴에 따라 정밀감정 결과 등을 보고 추가로 불러 조사할 방침입니다.